바카라 귀신썰
마카오 카페에 써놓은 거 걍 긁어서 적당히 편집.
어차피 원작자가 나임
이번 휴가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30분간의 에피소드.
읽다보면 픽션의 냄새가 나겠지만 순도 백퍼 논픽션임을 밝혀둔다
acop 참가비와 혼자 풍요로운 휴가를 위해 평소보다 과하게 책정한 경비는 hkd65000 원화 950만.
운좋게도 회사 선배들과 합류할 1일 오전 에는 15만 홍콩으로 불어나 있었다. 일전에 언급했듯 동행한 형님은 이 상황에서 조금은 베팅이 과해진 상황..
2일 자정을 지나 로컬 식당에서 양주값하는 소주를 진탕 마시며 순조로운 일정을 자축하며 다들 거하게 취하기 시작.
나는 홀덤은 말할것도 없고 여흥으로 바카라를 할 때도 술은 물론 식사도 피하는 편.
적당히 허기진 상태에서 물만 마시며 하는 게임이 가장 상쾌하다. 이 말인즉슨 오늘 나의 게임은 끝이라는 이야기.
실제로 현금 대부분은 호텔 금고에 있다.
기분좋게 마셨으니 이제가서 자자..라는 생각이 들 때쯤 선배중 하나가 한번만 '찍고 가자'하신다.
이럴 줄 알았어. 막내는 발언권이 없다.
그래도 다들 소소하게? 3000불씩 환전해서 바카라 플레이.
술이 점점 올라오는게 느껴졌고 머리가 아파온다.
그럼에도 테이블에서 일어날때는 9000불이 넘는 칩이 있었다.
신기하네.
반대편에서 중간에 슬롯머신 한다고 자리를 옮긴 선배가 웃으면서 온다.
잘되셨어요?ㅋ
다잃었다. 술 먹으면 안돼...
내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하지만 마카오에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 닥쳤다. 첫날 파산.
모두들 말없이 호텔로 복귀. 하필 그형님이랑 나랑 같은 방. 방에 들어가자마자 불편한 상황이 생길게 뻔하다.
달곰아 금고에 얼마 있냐?
15만요.
형 5만 빌려줘라.
...
일행중 사적으로도 죽이 잘 맞는 형님이다.
그 분의 경비는3만.
평소같으면 만불정도 부탁했을 분이다.
그럼 난 받을 생각 없이 드렸을거고 이건 서로 반대의 입장이어도 그랬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5만이라니..과하다.
형 지금 취했어요. 내일 드리겠습니다. 일단 주무세요.
형 못 믿냐? 줘봐.
안돼요
줘봐
안돼요
줘!!
가 오가면서 나도적잖이 짜증이 쌓여만 간다.
노트북에 있던 부당거래를 본 후여서일까
계속되는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도리어 돈 내놓으라고 하는 모습에 스트레스 이빠이.
결국 만불먼저 나머지는 내일이라는 조건으로 돈을 내드렸다.
이제는 같이 내려가잖다.
나는피곤해서 잔다해도 막무가내.
내가 이 멤버 막내이면서 뱅크가 두둑한게 한이다.
그리고 드디어 굳게 닫고 있던 뚜껑 열렸다.
문제의 형님 만불 체인지.
형님이 가는곳에 얼마인지도 모를 돈을 집히는대로 꺼내서 같이 베팅. 졌다.
너 임마 왜그래?
저도 뱅커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되먼 좋고 죽으면 같이죽자는 마인드로 완전 틸트가 된 듯.
어차피 혼자 돈 많아봐야 스트레스만 늘어갈테니 죽던살던 같이가자 한번은 맞추겠지 뭐 이런 상태였나보다.
술도 꽤 됐고.
두번째 베팅.
아까보다 두꺼운 뭉칫돈을 던진다.
당연히 패배.
대충 계산을 하니 본전 65000까지 내려온 듯.
이미 뚜껑은 열렸다.
형님 마지막 베팅.
뒤에 서있던 나 역시 다시 뭉치돈 투척.
깔끔하게 패배.
불과 5분만에 3일동안 올려놓은 자동차 한대값을 허공에 뿌렸다.
형님이 되려 화낸다.
너임마 대체 왜그래?
저도 뱅커 같아서 그랬다니까요ㅋ 이제 올라가요
내일 4만은 못 빌려드리겠네요.
그렇게 올라가서 금고에 있던 십만다발을 들고나와서
열판도 하지 않고 패대기.
진짜 그땐 누적된 스트레스가 터지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듯 앞서 잃은 돈을 만회하기보단 마치 형들이 쉽게 돈빌려달라지 못할 정도의 돈만 남기기위해 일부러 잃으려는듯 칩을 뿌렸다.
그리고 적당한? 19000이 남았고 흥분이 가라앉으며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드러누워서 메인이벤트 탈락해서 날린 돈이라 여기자 되뇌이며 잠을 청하는데 옆에서 형님은 계속 자책모드.
미안하다 나 때문이다 너랑오면 항상 민폐구나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서 내려간단다.
지갑에 400불 있다고....하하ㅜㅜ
지친몸을 이끌고 따라 내려갔다.
뒤늦게 간 사이 400불은 패배하신 듯
저쪽 구석에 바카라 테이블에 사람이 잔뜩 모여있다.
뱅커줄(플레이어 뱅커를 맞추는 바카라에서 어느 한쪽만 계속 나오면 줄을 탄다고 한다)이 떨어지고 있다.
벌써 네번째 뱅커.
사실 뱅커가 연속4번 나왔다고 다음번에도 뱅커가 나올 확률이 변하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로또나 다름없는 줄이 계속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환호와 괴성이 섞인 묘한 분위기
그게 바카라 장줄의 재미지싶다.
꽉찬 테이블 사이로 전재산 19000을 뱅커에 베팅.
마카오 거주민들이 애용하는 로컬 카지노라 다들 200 300씩 거는 테이블이다.
자리에 착석한 사람중 가장 큰 금액을 베팅한 사람이 카드를 확인하는데 난 서있으니 해당사항이 없다.
나 또래쯤 되는 친구가 열심히 카드를 보더니 엄지를 치켜올린다.
내추럴9
9에 가까운 수가 이기는 바카라에서 최강패다. 승리.
커미션을 제하고 38000 이 조금 안되는 칩을 그대로 뱅커에 베팅.
앞에 있던 아저씨가 앉으라고 자리를 내어준다.
저때 내가 왜그랬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반쯤 미친거지.
그리고 꼭 그럴때 일이 터진다.
플레이어3 뱅커 3 아무 생각이 없다.
플레이어 세번째 카드 드로우.
속으로 8잡고 뒤져라
(숫자마다 세부룰이 있는데 이 경우 플레이어가8을 받아서 1이 되면 뱅커는 카드를 받지 않고 3으로 승리한다.) 라고 되뇌이는 사이 테이블이 난리가 났다.
플레이어 서드카드8 뱅커 승리.
이제 74000 남짓. 뒤에 있던 형님은 제발 일어나란다.
돈 빌려달란 소리 안한다고.
사람들은 다들 흥분해서 뱅커에 올 베팅.나만 기다리고 있다.
형 전 플레이어 갈래요. 이거 꺾여요
중국인 위주의 테이블에서 이방인이 줄을 끊는 행위를 하면 결과를 떠나서 분위기가 싸해진다.
달곰아 살살해 그리고 줄은 끊지마. 한번 참아라.
내가 베팅을 쉬자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난 마냥 줄을 신봉하는 당신들이 더 이해가 안되요.
플레이어 내추럴9 승.
베팅을 쉰 나를 제외한 전부 패배.
나더러 베팅 참으라 권한 형은 제대로 멘붕오신 듯.
나만 침착하다.
아니 침착이 아니라 혼이 나간 상태인걸지도.
신기하게 모든걸 되돌릴 수있는 찬스를 눈앞에서 놓치고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난 다음 베팅에 다시 다 넣을거니까.
그게 어느쪽일지가 고민이었다.
줄이 끊어지니 다들 베팅을안하고 눈치만 본다.
나는 가지고 있던 7만 몇천 칩 전부 뱅커 베팅.
소규모 카지노라 베팅 상한선이 150000이다.
이걸 이기면 내 생애 최초로 맥시멈벳도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은 이번엔 내가 질거라 생각하는지 베팅을 쉬는 분위기. 몇몇이 소소하게 뱅커를 따라오는데
웬젊은 친구가 플레이어에 씩씩거리며 300불 베팅.
이방인 하나가 턱턱 베팅하는게 아니꼬왔나보다
그친구가 오픈한 카드는 홀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ak.
바카라에선 그냥 1이다.
내 카드는 AJ
홀덤이라면 AK을 상대로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여긴 악마의 게임 바카라 테이블ㅋ
놈이 세번째 카드를 받았다.
지금 상황에서 받자마자 던지면 낮은 수란 이야기.
녀석이 카드를 신중하게 쪼아볼수록 내가 질 확률은 늘어간다.쪼지마라
던져라..
던져라..
카드를 받자마자 슬쩍 들추더니 바로 구겨던진다!!
텐 스페이드!!
사람들 난리가 났다.
내앞에 놓인 카드를 슬쩍 들추고 오픈
2였나 3이었나 여튼 노사이드 카드였다.
나는 뒤도 안돌아보고 칩을 들고 캐셔로 갔다.
거짓말처럼 금고에있던 15만불이 수수료 조금 제하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돈과 함께 제정신이 들었다. 미쳤었구만..
이 롤러코스터를 함께 한 형님께는 12000을 드렸다.
어차피 그형님이 400불 가지고 내려가지 않았다면 난 자빠져 자고 있었을테니까ㅋ
하지만 이미 한번 이성의 끈을 놓은 원정은 실패로 마무리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