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까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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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10:38
구두를 찾아서
하루는 옷을 사러 맨발로 여관에 갔다
주인이 비가 오니 배를 사라고 한다
향나무를 하나 달라 하니
성냥이 불이 안 붙는다며
꽃무늬 우산을 주었다
때맞춰 바람이 부니
촛불을 켜야 하기에
바로 옆 레코드 가게에 갔다
어여쁜 주인은 이제 노래는 없다고
태극기를 걸면서 옷을 벗는다
바로 옆 의사가 달려와
법대로 해야 한다며 총을 쏘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화장 짙은 주인이
연극은 비싼 만큼 재미있었다고 숨을 거둔다
바로 옆 교회에서 가발 쓴 스님이 합장하며
이것도 인연이라며 증인이 될 터이니
양심껏 시주하라 한다
나는 무섭고 우스워
바로 옆 동물원 맹수사에 숨어 일 년을 살았다.
- 조인선 시집 2002바카라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