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10대들, 절도·사기·협박에 불법자금 운반책까지 ‘2차 범죄’
인천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도박중독 환자.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6살 안동수(가명)는 어느 날 집 앞에서 ‘낯선 형’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들은 안동수에게 다짜고짜 “너 돈 빌린 적 있지?”라고 물었다. 안동수는 화들짝 놀랐다. 안동수는 몇달 전부터 온라인 불법도박에 빠져 있다. 도박 자금이 부족하자 이자를 쳐서 갚겠다고 말하고 여러 친구에게 수십만원을 빌렸는데, 그 돈마저 온라인 사설 스포츠토토에 베팅하다 잃고 말았다. 낯선 형들은 안동수를 겁박하며 자신들이 이미 ‘채권’을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안동수가 빌린 원금은 이미 이자가 덕지덕지 붙어 수백만원이 됐다고도 했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24%)를 훌쩍 넘는 이자율이었다. 고민 끝에 부모에게 고백했고, 부모는 이 사건을 경찰에 알렸다.
10대 청소년의 온라인 불법도박은 도박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10대는 불법도박의 블랙홀로 빠져들며 2차 범죄를 저지르거나 때로는 조직적인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25일 <한겨레>가 취재한 사례들을 보면, 도박으로 인한 10대의 2차 범죄 대다수는 도박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대표적이다. 사설 스포츠토토에 빠진 중학생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나 친구들의 가방을 털어 돈이 되는 물건을 팔았던 일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도 빈번하게 벌인다. 한 고등학생의 경우 도박할 돈을 만들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휴대전화를 팔겠다’고 공지해놓고 연락해 온 여러명을 속여 수십만원씩 받고 잠적했다.
폭행과 협박, 갈취와 고금리 대출 등의 범죄에 참여하기도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청소년 사이버도박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에 담긴 심층 인터뷰를 보면, 10대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하는 다른 친구에게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았다”거나 “이자율 50%로 돈을 빌려주고 돈을 벌었다” 등과 같은 고백을 내놨다.
불법도박에 빠진 뒤 범죄 피해자가 되는 사례도 있다. 10대에게 도박 자금 대출을 해주고 갚지 못하면 이를 미끼로 이들을 범죄에 이용하거나 협박하는 일들이 대표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전윤경 센터장은 “청소년들은 빚 독촉에 대응하지 못하고 채권자의 요구대로 끌려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10대가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하며 범죄조직에 연루되기도 한다. ‘박사’ 조주빈(24)씨와 함께 ‘박사방’을 운영하던 ‘태평양’ 이아무개(16)군처럼 10대가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 회원을 모집하는 ‘총판’ 노릇을 한 사례들도 여럿 있었다. 한 청소년은 불법도박 자금 ‘운반책’을 하면서 도박 자금을 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10대 범죄가 도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과 검찰이 청소년 범죄 사건의 이면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얘기다. 조윤오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청소년 범죄가 도박중독과 관련돼 있다는 내용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이 필요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도박 자금 마련이 이유인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바카라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