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조원대 온라인 불법도박판…‘공짜 돈’ 쥐여주며 10대 유인
청소년 특성상 주변으로 쉽게 전파 도박 경험자 32%가 ‘중독 문제군’ 온라인 접근성 높아 쉽게 빠져들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횡행하던 불법도박이 성착취 영상 등을 매개로 한 온라인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는 방식으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불법도박은 진입 문턱이 낮고 접근성이 높아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기구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발표한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2019년)’를 보면, 국내 불법도박 총매출은 약 81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온라인 불법도박 매출 규모는 약 54조5천억원(66.8%) 수준이다. 합법 사행산업 총매출은 22조4천억원(2018년 기준)이다.
온라인 불법도박에선 불법 스포츠 도박(20조5천억원)의 매출 규모가 가장 컸다. 뒤를 이어 불법 온라인 카지노(10조6천억원), 온라인 즉석 및 실시간 게임(8조2천억원), 불법 경마(6조3천억원), 불법 웹보드게임(5조4천억원) 등이 있었다. <한겨레>가 실제 살펴본 불법도박 사이트들에서도 주로 사설 토토 카지노사이트 등 불법 스포츠 도박 게시판이 운용되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 5459명, 2016년 1만3702명, 2017년 6530명, 2018년 4068명,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4027명이 온라인 불법도박 관련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정인 사감위 온라인감시팀장은 “온라인 도박장은 단속 발각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서버가 국외에 있고, 운영자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며, 점조직 형태로 운영한다”며 “불법 웹툰들과 함께 성착취 사이트가 불법도박으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에 단순 도박으로만 봐선 안 되고, 디지털 성착취부터 이어지는 문어발식 구조를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도박은 쉽게 중독으로 이어진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2018년 접수된 도박중독 관련 상담자의 71%가 온라인 불법도박으로 인한 사례였다. 심각한 건 온라인 불법도박이 10대 청소년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3개월 동안 온라인 불법도박을 해본 적 있다고 답한 ‘재학 중 청소년’은 2015년 조사 때 1%였는데, 2018년 2.4%로 집계됐다. 학교 밖 청소년도 심각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온라인 불법도박을 해본 적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6.9%에 달했다. 이로 인한 청소년의 도박 중독도 우려된다. 최근 3개월 동안 온라인 불법도박을 했던 청소년들 세명 중 한명(32.2%)이 도박중독 문제군으로 분류됐다. 도박중독 문제군은 지난 3개월 동안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고, 이로 인한 심리·사회·경제적 피해가 진행된 사람을 말한다.
학교폭력·소년법 교육을 맡는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요원은 “청소년의 특성상 한명이 불법도박에 참여하면 친구 무리에서 빠르게 도박이 퍼진다. 온라인 불법도박 운영업체들은 ‘공짜 돈’을 주거나, 참여 절차를 간소화해서 청소년을 끌어들인다”며 “‘홀짝 논리’가 적용되는 어떤 도박은 한 게임에 1분이면 끝날 만큼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청소년들이 집중하게 된다. 쉬운 언어나 그래픽을 써서 청소년들을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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