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의 한 가족을 통해 본 미국 일자리 초토화
번창했던 시기의 라스베이거스 호텔 및 카지노 거리(사진=고영호 기자)
코로나19가 세계 최대의 관광 도시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일자리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가 어떻게 미국 고용 위기의 중심이 됐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지역의 참담한 일자리 상황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발리시아 앤더슨(45)의 사례를 들었다. 그녀의 지인 대부분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었다. 우선 그녀의 남편은 카지노 식당 종업원이었는데 지난달 16일 25명의 동료들과 함께 실직했다.
3월 한 달에만 미국 전역에서 식당 종업원 41만 7천 명이 실직했는 데 남편도 그 중 한 명이다.
발리시아 앤더슨은 당초 콜센터에 근무했다. 하지만 딸을 출산한 뒤 파트 타임으로 바꿨고 딸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딸을 돌보기 위해 일을 완전히 그만뒀다. 그녀는 남편의 실직과 함께 딸의 약을 다시 가져가라는 약국의 문자와 자동차세·전화세·집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 패스트푸드점(사진=고영호 기자)
그녀의 다 큰 아들은 비정규직이다. 예전에 그녀의 손톱을 다듬었던 네일숍 관리인도, 그녀 남편의 머리를 깎았던
이발사도, 그녀의 절친인 호텔 여종업원도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그녀 가족들이 제일 좋아하는 T.G.I.프라이데이스 종업원 3명과 매니저도 일자리가 없어졌다. 발리시아 앤더슨이
주변에서 여전히 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집에 있는 앤더슨 부부와 어린 딸이 어둡고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을 흑백사진에 담아냈다.
그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있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막다른 곳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앤더슨은 "정부 책임자들은 우리에게 집에 머물라고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집에 있는 동안 재정적으로 나아질 만하게 돕지 않는다"며 "이런 식이라면 사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바닥까지 추락한 미국경제에서 라스베이거스만큼 큰 충격을 받은 곳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 호텔 내 카지노(사진=고영호 기자)
라스베이거스는 지역경제의 1/3이 레저나 접객업소 관련 산업이기 때문에 재택근무 자체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네바다주 역사상 가장 많은 35만 명의 주민들이 실업연금을 신청했을 정도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여론조사 기관은 현재 실업률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2배인 25%쯤되거나 그 보다 더 치솟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경제가 언제, 어떻게 정상 가동될 지를 두고 라스베이거스 굿맨 시장은 "카지노를 재개장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네바다주 시슬락 주지사는 "분명히 개장할 준비가 안 됐다"며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체에 걸쳐 노동자들에게 닥친 '조용한 대재앙'의 결과로 실업담당 기관은 거의 마비될 지경이고 어떤 이들은 소득이 한 푼도 없이 5주째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