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신상정보’ 무분별 유포… 경찰 수사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 가담자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이들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권 밖의 신상공개는 명예훼손 등 또 다른 법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n번방 유료회원결제 리스트’란 이름의 파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파일에는 n번방 결제 회원이라는 40여명의 이름과 나이, 연락처, 사진 등이 담겼다. 일부는 개인 신상뿐 아니라 가족관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도 포함됐다. 해당 정보들은 텔레그램 ‘주홍글씨’ 방에서 나온 공개된 내용을 캡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주홍글씨는 텔레그램 성착취물에 대한 ‘자경단’을 자처하며 “텔레그램 강력범죄에 대한 신상공개 및 범죄자의 경찰 검거를 돕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약 1만명이 가입된 이 방에는 ‘박사방’, n번방 등에서 성착취물을 구매한 남성의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주홍글씨에 공개되는 신상정보가 공식 확인된 내용도 아닌 데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개인정보가 함께 공개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방경찰청은 자경단에 대해 영상물 공유범으로 지목한 사람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무단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내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엉뚱한 사람을 범죄자로 지목하거나 활동 과정에서 공갈·협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같이 n번방 사건 관여자에 대한 신상정보가 주목받는 데는 박사방 운영자 조씨 외에 다른 공범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거세기 때문으로 보인다.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9일 기준 200만명이 넘는 사람이 공감했다. 경찰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 시점에서의 신상공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혐의 입증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죄추정의 원칙’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9일 텔레그램 등에서 미성년 등을 성착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주빈의 공범 '부따' 강모 군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여론에 편승한 신상공개가 개인정보 침해로 비화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는 “주범 외의 가담자에 대한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제작·유포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차치하고라도 성폭력특례법 등 법에 명시된 조건과 절차를 따르지 않는 신상공개는 수사기관의 존재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며 “법적 안정성을 위해 임의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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