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청소년 도박, 예방교육도 변해야
“사이버도박에 5만원을 걸어 30만원을 땄다는 친구도 있어요. 어떤 애는 도박 브로커로 활동하고 월 200만원 정도 벌어요.”
성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취재로 만난 고등학생의 얘기다.
도박이 청소년에게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대 도박 중독 치료서비스 이용자가 지난 2015년 168명에서 2018년에는 1027명으로 여섯 배나 늘었다. 특히 1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발표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사이버도박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도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사이버도박은 게임 방법이 간단하고 짧으면 1분 만에 결과가 나온다. 더욱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어 중독 위험성이 크다. 사이버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베팅액을 점차 부풀려나간다. 필요한 자금을 구하려 아르바이트를 뛰고 30~50%의 이율로 돈을 빌리거나 타인의 돈을 갈취한다. 급기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매달 수백만원을 받으며 회원을 모집하는 청소년 총판매업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학교 현장에서의 변화는 더디다. 청소년 10명 중 단 3명만이 사이버도박 예방교육을 받는 수준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18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2~15세 청소년 가운데 약 71%, 만16~18세 중 68% 정도가 예방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이버도박 예방 교육은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장 재량으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프로그램을 신청하거나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영상을 틀어놓고 교육을 하는 식이다. 주로 특별활동시간이나 방학을 앞두고 교과 과정이 끝나 시간이 남을 때 이 같은 수업을 진행한다.
또 교육을 한다 해도 ‘수박 겉핥기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주된 내용이 게임과 도박의 차이, 도박에 중독되는 과정, 도박의 위험성처럼 원론적인 내용만 늘어놓기 일쑤라서다. “도박을 하다가 전재산을 다 날릴 수 있다” 등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뻔한 말”을 듣게 되는 셈이다. 청소년들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를 갖고 도박판에 발을 들인다. 불법 사이버도박장이 기본적으로 돈을 딸 수 없는 구조로 이뤄졌다는 사실, 실제 사이버도박사이트를 운영했던 사람의 증언 등 현실적인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아쉬운 대목은 또 있다. 대부분의 교육이 강당에 전교생을 한데 모아놓고 일회성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오죽하면 학생들은 “교육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도박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한다. 효과를 높이려면 집체식이 아닌 반별로 다양한 교육과정과 연계해 꾸준히 수업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도박을 두고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나 청소년은 또래 집단에 영향을 크게 받아 교실에 도박하는 학생 한두명만 생겨도 순식간에 학교 전체로 전파된다. 이제라도 ‘뻔한 교육’이 아닌 청소년 눈높이와 사회 변화에 맞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