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길 잃은 스포츠 도박…대신 TV, 정치, 날씨에 돈 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182조원짜리 시장을 멈춰세웠다. 대한민국 1년 예산의 3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바로 ‘스포츠 도박’시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리그 대부분이 중단됐다. 이들 경기에 돈을 거는 스포츠 도박 시장도 충격에 빠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램파트 카지노의 스포츠 도박 담당자 뒤엔 콜루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미국 대학농구 토너먼트는 슈퍼볼(NFL 결승)에 이어 미국 2번째로 인기 많은 스포츠 이벤트다. 이 대회에 걸리는 ‘판돈’도 어마어마하다. 코로나19로 이 대회가 취소되자 스포츠 도박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콜루치는 “그 주에만 미국 스포츠 도박 업계가 입은 손해가 1400만달러(약 170억원)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스포츠 도박 시장은 어마어마한 성장률을 보이던 중이었다. 지난해 미국 게임 협회가 추정한 전 세계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는 불법 지하 도박 시장을 합해 1500억달러(약 182조원) 정도였다. 코로나19는 거대한 시장을 송두리채 삼켰다.
CNBC에 따르면 미국내 카지노의 95%가 문을 닫았다. 오프라인 스포츠 도박은 개점 휴업을 넘어 폐점에 가까운 상태다. 스포츠가 없으면 도박도 없다.
스포츠 도박 업계는 생존을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콜루치는 “일단 어디든 뒤져서 대상을 찾고, 배당률을 계산한다. 그러면 누군가 베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하키 리그(KHL)는 그나마 이들 업계의 숨통을 틔우는 대상이다. 터키와 멕시코 축구리그도 명맥을 잇는 동안 관심을 끌었다. 고집스레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벨라루스 축구리그도 관심이 집중된다. 프로리그를 재개한 대만 프로농구, 프로야구도 스포츠 도박 업체들에게는 단비다. 심지어 중단되기 전 일본 프로야구 시범경기도 대상이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3월말, 이들 리그 대상 스포츠 도박 액수는 이전에 비해 10~20배 정도씩 급증했다.
리그 중단이 길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영역 개척’에도 나서는 중이다. 비지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온라인 판타지 게임 사이트인 팬듀얼과 드래프트킹 등은 프로리그가 멈추자 정치인들의 지지율, TV 드라마의 시청률 등을 대상으로 베팅을 유도했다. TV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 등이 대상이다. 특히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몇 개나 쓸지 오버/언더로 베팅하는 항목은 큰 관심을 끌었다.
심지어 ‘날씨’도 베팅 대상이다. 코스타리카의 스포츠 베팅업체 ‘보바다’는 코스타리카 주요 도시의 낮 최고 기온에 베팅할 수 있게 했다. 주간 참가자가 만 명 수준에서 10만명 수준으로 최근 크게 늘었다.
스포츠가 멈추자 온라인 게임은 급격한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영국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그랜드 내셔널 경마는 코로나19로 취소됐지만 지난 6일 ‘가상 현실’을 통해 경기가 열렸다. 베팅 관련 수익 330만달러(약 40억원)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영국 보건 당국에 기부됐다. 야구, 농구 등 프로리그가 멈춘 가운데 이 종목들의 온라인 게임 리그가 베팅 대상으로 떠오른다. 온라인 스포츠로의 도박 확대가 우리 사회의 도박 중독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이체벨레는 “코로나19가 도박을 온라인으로 확대시키고,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도박 중독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